변호사 시험, 점점 좁아지는 관문
2026년 제15회 변호사시험 출원자는 3,757명이었다. 시행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제14회 시험(2025년)의 합격률은 52.28%, 제13회는 53.04%로, 최근 몇 년간 50% 초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과거 80%를 넘나들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수치다.
로스쿨별 합격률 편차도 눈에 띈다. 제14회 기준 서울대 로스쿨 합격률은 86.7%에 달했지만, 비수도권 일부 로스쿨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보였다.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 제도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현행법상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만 응시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을 넘기면 이른바 '오탈자'가 된다. 2026년 6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응시 제한자들은 합격자보다 평균 연령대가 높고 경제적 기반도 취약한 경향을 보였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합격자 약 1,180만 원 대비 응시 제한자는 약 706만 원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시험 과목별 체감 난도는 매회 요동친다. 제14회에서는 민사법 선택형이 특히 까다로웠고, 공법 기록형에서는 '가처분신청서'라는 새로운 유형이 등장해 수험생들을 당황시켰다. 상법은 회사법 비중이 71%로 압도적이었으며 사례형이 61.9%를 차지했다. 단순 암기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시험이 된 지 오래다.
합격 후, 진짜 고민은 그때부터
시험에 붙었다고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다음이 더 복잡하다. 변호사가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생각보다 다양하지만, 각각의 길에는 명확한 장단점이 존재한다.
로펌 취업은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경로다. 국내 대형 로펌의 경우 초임 변호사 연봉은 로펌 규모와 전문 분야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메이저 로펌 기준 초봉은 통상 8,000만 원에서 1억 원 초반대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세전 기준이며, 실제 수령액은 이보다 적다. 중소형 로펌의 경우 초봉이 5,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사내변호사로 불리는 인하우스 포지션은 요즘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사내변호사의 초봉은 대형 로펌보다 다소 낮은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대인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근무 시간과 워라밸이 강점으로 꼽힌다.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이쪽은 경력직 선호 현상이 뚜렷해 신규 변호사에게 문턱이 높은 편이다.
개인 사무소 개업은 가장 도전적인 선택이다. 초기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고, 의뢰인 네트워크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업무 설계와 수익 상한선이 없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공공기관 및 공직 진출도 무시할 수 없는 옵션이다. 검사나 판사 같은 전통적 법조 공직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같은 기관에서의 변호사 수요는 꾸준히 존재한다.
아래 표에 주요 진로별 특징을 정리했다.
| 진로 유형 | 예상 초봉(세전) | 장점 | 단점 |
|---|
| 대형 로펌 | 8,000만~1억 2,000만 원 | 높은 보수, 대형 사건 경험 | 장시간 근무, 경쟁 심화 |
| 중소형 로펌 | 5,000만~7,000만 원 | 빠른 실무 투입, 다양한 사건 | 상대적 저임금, 불안정한 사건 수급 |
| 사내변호사 | 7,000만~9,000만 원 | 안정적 근무 시간, 워라밸 | 경력직 선호, 승진 제한 |
| 개인 사무소 | 변동 폭 큼 | 자유로운 업무 설계, 높은 수익 가능성 | 초기 비용 부담, 네트워크 의존 |
| 공공기관 | 5,500만~7,500만 원 | 고용 안정성, 공익 기여 | 낮은 임금 상한선, 관료적 조직 문화 |
실제로 변호사로 살아간다는 것
30대 초반의 한 변호사는 중형 로펌에서 3년 차에 접어들며 이렇게 말했다. "돈은 확실히 괜찮아요. 그런데 주말에 친구들 만날 체력이 남아있어야 말이죠." 송무팀 소속인 그는 큰 소송을 앞두고 한 달 내내 밤 11시 이전에 퇴근한 날이 손에 꼽았다고 한다. 반면 5년 차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또 다른 변호사는 "연봉은 로펌 시절보다 줄었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 출근이 두렵지 않다"고 전했다.
지역에 따른 편차도 상당하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과 종로 일대에 법조 타운이 집중되어 있어 지방 소재 변호사의 경우 사건 수임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다만 지방은 상대적으로 변호사 수가 적어 특정 분야(부동산 경매, 이혼, 중소기업 자문 등)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한 사례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는 법률 시장의 세분화다. 과거에는 송무, 형사, 가사 정도로 나뉘던 영역이 이제는 스타트업 투자 계약, 암호화폐 관련 분쟁, 개인정보보호 컴플라이언스, 엔터테인먼트 계약처럼 세분화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기술 분야에 특화된 변호사는 일반 송무 변호사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추세다.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점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외롭다는 것이다. 사건 기록을 혼자 검토하고, 법정에서 혼자 변론하며, 의뢰인의 무거운 기대를 혼자 짊어져야 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 동료 변호사 네트워크나 멘토 관계를 일찍부터 구축하는 일이 단순한 인맥 쌓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 까닭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로스쿨 재학 중이라면 학점 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실무 경험이다. 여름방학 인턴십이나 법률 클리닉 활동은 이력서 한 줄을 넘어 실제 변호사 업무의 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된다. 서울 소재 로펌의 인턴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으니, 관심 분야를 좁혀서 미리 준비하는 편이 낫다.
변호사시험을 준비 중이라면 과목별 난도 편차를 의식한 전략이 필요하다. 민사법과 형사법이 매번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기록형과 사례형에 대비한 실전 연습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최근에는 선택과목으로 국제법이나 노동법을 선택해 차별화를 꾀하는 수험생도 늘고 있다.
취업을 앞둔 예비 변호사라면 로펌 규모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업무 강도와 생활 패턴을 먼저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로펌 채용 설명회나 법조 커뮤니티의 후기를 통해 실제 근무 환경을 파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하우스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로펌에서 2~3년 경력을 쌓은 뒤 이직하는 경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조언이 많다.
변호사 시험 준비 학원과 온라인 강의 플랫폼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신림동과 강남 일대에는 변호사시험 전문 학원이 밀집해 있고, 지방 수험생을 위한 온라인 강의 선택지도 풍부하다. 로스쿨 커리큘럼만으로는 부족한 실전 감각을 채워주는 모의시험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 로스쿨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진로가 막히는 시대는 아니다. 업계의 시선도 점차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보다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느냐다. IT 계약이나 지식재산권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영역에서는 학벌보다 실무 이해도가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본 글에 언급된 연봉 정보는 업계 관계자 증언 및 공개된 채용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로펌 및 기업의 상황에 따라 실제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