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변호사시험, 관문은 여전히 좁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된 이후 변호사가 되는 경로는 크게 단순해졌다. 로스쿨에 입학해 3년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된다. 하지만 '단순하다'는 말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 경쟁은 매년 치열하다. 학부 성적,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 어학 능력, 면접까지 모든 요소가 정밀하게 평가된다. 입학 후에도 긴장은 계속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최근 몇 년 사이 응시자의 약 53%에서 76% 사이를 오가며 등락을 거듭해 왔다. 제13회 시험에서는 3,290명이 응시해 1,745명이 합격하며 약 75%대의 합격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숫자만 보면 비교적 높아 보이지만, 이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은 이미 로스쿨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한 이들이다.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해마다 1,700명 안팎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법조계 내부에서는 '변호사 공급 과잉'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간다. 실제로 개업 변호사들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로펌의 채용 문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변호사,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변호사라는 직업은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다. 크게 보면 대형 로펌, 중소형 로펌, 사내변호사(기업 법무팀), 공공기관, 그리고 개인 사무소 개업으로 나뉜다. 각 경로마다 일하는 방식도, 버는 돈도, 삶의 리듬도 확연히 다르다.
대형 로펌은 대부분의 로스쿨생이 가장 선망하는 진로다.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등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로펌에 입사하면 신입 변호사도 상당한 수준의 초봉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 대가로 주 80시간에 육박하는 업무 강도를 감내해야 한다. 한 로펌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의 1인당 평균 매출은 약 23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파트너가 되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의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버텨내야 한다.
사내변호사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IT 기업, 제약사, 게임 회사,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법률 전문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추세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지식재산권, 국제 계약 분야의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사내변호사의 장점은 로펌보다 상대적으로 규칙적인 근무 시간과 안정적인 급여 체계다. 대신 변호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할 기회는 제한될 수 있다.
개업 변호사의 길은 가장 자유롭지만 동시에 가장 불확실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개인 변호사의 연간 사업소득은 편차가 매우 크다. 어떤 변호사는 1인당 연 매출 4억 6천만 원 이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급여를 감당하지 못해 몇 년 내 폐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서울 강남과 서초동 일대는 이미 변호사 사무실이 포화 상태에 가깝다.
아래 표는 변호사의 주요 진로별 특징을 요약한 것이다.
| 진로 유형 | 예상 연 소득 범위 | 장점 | 단점 |
|---|
| 대형 로펌 (신입) | 8,000만~1억 5천만 원 | 높은 보수, 다양한 대형 사건 경험 | 극심한 업무 강도, 긴 진급 경쟁 |
| 중소형 로펌 | 5,000만~8,000만 원 | 실무 경험 축적 용이, 상대적 워라밸 | 대형 사건 기회 제한, 소득 상한선 |
| 사내변호사 | 6,000만~1억 2천만 원 | 규칙적 근무, 산업 전문성 확보 | 사건 다양성 부족, 이직 시 법조 경력 인정 이슈 |
| 개인 사무소 개업 | 편차 큼 (수천만~수억 원) | 자율성, 높은 수익 가능성 | 초기 비용 부담, 사건 수급 불안정 |
| 공공기관/공직 | 4,500만~7,000만 원 | 고용 안정성, 공익 기여 | 낮은 소득, 관료적 조직 문화 |
실제로 변호사로 살아간다는 것
변호사 생활은 드라마 속 이미지와 상당히 다르다. 법정에서 열띤 변론을 펼치는 장면은 변호사 업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시간은 의뢰인 상담, 증거 검토, 소장 작성, 판례 조사 같은 문서 작업으로 채워진다.
서울에서 중소 로펌을 운영한 지 4년 차인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개업했을 때는 한 달에 사건 두어 건 받기도 힘들었어요. 지인 소개와 법률구조공단 배정 사건으로 버텼죠. 요즘은 그래도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매달 사무실 유지비로 빠져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또 다른 30대 사내변호사는 IT 기업에서 근무하며 느낀 현실을 공유했다. "로펌에 있었을 때보다 확실히 퇴근 시간은 당겨졌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법무팀이 '비용 센터'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가 만드는 계약서나 컴플라이언스 매뉴얼이 실제로 회사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계속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요."
법조계 전반의 소득 수준을 살펴보면, 한국 변호사의 평균 연 소득은 약 8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 사이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평균값은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의 높은 소득이 상당 부분 끌어올린 결과다. 실제로 중소형 로펌이나 개업 초기 변호사들의 실질 소득은 이보다 낮은 구간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시장, 새로운 기회는 어디에
법률 시장의 판도는 계속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소송 대리와 자문 영역보다, 디지털 자산, 데이터 프라이버시, 스타트업 투자 계약, ESG 컴플라이언스 같은 신생 분야에서 변호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잘 읽고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은 변호사는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지방에서 개업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변호사 수가 포화 상태지만, 중소 도시에서는 여전히 법률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 있다. 예를 들어 충청권이나 전라권의 중소 도시에서 이혼, 상속, 부동산 등 생활 법률에 특화된 사무소를 열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 강도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지방 소재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역 기반을 다지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또한 국제 변호사 자격을 함께 갖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이나 영국 솔리시터 자격을 취득한 한국 변호사는 국경을 넘는 M&A, 국제 중재, 크로스보더 계약 분야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서울의 주요 로펌들은 이런 이중 자격 보유자를 우대하는 채용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 발을 들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자신의 성향과 장기 목표를 먼저 정리해 보길 권한다. 고소득을 원한다면 대형 로펌을 목표로 로스쿨 성적과 인턴 경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면 사내변호사나 공공기관 쪽을 일찍부터 탐색하는 게 낫다. 자율성과 도전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중소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뒤 개업을 노리는 경로가 맞을 수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성공 보증 수표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법률 지식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직업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건 로스쿨 입학 전에, 그리고 변호사시험 합격 후에,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는 일이다.